
[CBC뉴스] 아파트 단지 내 고급 커뮤니티 시설이 전국적으로 주민 간 갈등과 운영 적자를 야기하고 있다.
최근 서울 성동구의 900여 세대 아파트 단지에서는 헬스장, 골프연습장 등 커뮤니티 시설이 지난달 1일부터 약 3주간 운영을 중단했다. 이 단지는 모든 세대가 매월 2만5천원의 기본 이용료를 내고, 헬스장이나 사우나 등은 허용 횟수 초과 시 개별 사용료가 추가로 부과된다.
지난 5월 기준, 기본 이용료로 2천395만원, 개별 이용료로 4천256만원이 모였으나, 시설 유지비와 인건비 등 지출이 8천만원을 넘어 1천715만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관리사무소는 지난달 22일, 세대당 1만8천원의 추가 분담금을 안내했다. 이로 인해 단지 내 소통 앱에서는 분담금 부과의 불합리함과 시설 운영 불안정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한 주민은 운영비 문제로 휴관을 결정한 것은 과도하다며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900세대 아파트 단지 역시 커뮤니티 시설 운영비 부담으로 체육관과 GX룸(요가·댄스 등) 이용료 추가 부과를 놓고 지난달 28일 주민 투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곳은 매월 1만5천원의 기본 이용료를 세대별로 걷고 있지만, 냉·난방비 부담이 커 하절기와 동절기에 개별 요금 추가 징수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일부 주민들은 입주 당시 기본 이용료만으로 모든 시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단계적 유료화에 대한 불만을 표했다. 한 주민은 커뮤니티에 "시설이 점점 애물단지나 계륵이 되는 것 같아 답답하다"는 의견을 남겼다.
부산 동래구의 4천 세대 아파트 단지에서도 커뮤니티 시설 적자가 지속적으로 문제로 떠오르며, 관리비 추가 분담에 대한 불만이 온라인 카페에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 같은 적자 문제는 아파트 분양과 홍보 경쟁 속에서 커뮤니티 시설이 대형화·고급화·다양화되는 주택 시장 흐름과 맞물려 있다. 일부 단지는 도서관, 카페, 헬스장 외에도 사우나, 영화관, 수영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며 매월 수만원의 이용료로도 운영비 충당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숭실대 연구진이 서울 강남 3구 1천세대 이상 단지 12곳을 분석한 결과, 실내 클라이밍장, 실내 조깅 트랙, 볼링장, 온실, 악기 연습실, 펫 샤워실 등 특화 시설을 갖춘 곳도 있었다.
건축학계에서는 커뮤니티 시설의 경제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한양대에서는 커뮤니티 시설의 예상 손익을 분석해 규모를 조정하고, 10년 이상 유지·교체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커뮤니티 시설 확산을 두고 학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아파트가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는 종합 복지 공간으로 진화했다는 시각과, 신축 아파트에만 제공되는 인프라가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공존한다. 지방자치단체에 도서관이나 놀이터 확충을 요구하는 민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파트 거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생활 인프라를 마련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박인석 명지대 건축학부 명예교수는 "60년 넘은 아파트 개발의 역사에서 최근과 같은 고급 커뮤니티 시설 등장은 그간 기초 생활 인프라가 공공 차원에서 충분히 공급되지 않았다는 역설"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생활 수준에 대해 높아진 국민 눈높이를 충족할 자원을 자체 조달한 것"이라며, "단지 밖엔 인프라가 부족한 골목 동네도 많다. 그런 상층 인프라를 계속 누리려면 관리비 등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일부 단지에서 운영 적자가 나타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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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하영수 기자





